
최근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이 있습니다.
2025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빗썸의 코인대여 서비스 강제청산 건수가 업비트의 28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5년 9월 말 기준 빗썸에서는 2만1,301건의 강제청산이 발생한 반면, 업비트에서는 71건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거래소에서 왜 이렇게 극명한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두 거래소의 코인대여 서비스 구조를 분석하고, 청산 비율에서 280배라는 압도적인 차이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과 두 업체의 경영 전략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 코인대여 서비스란 무엇인가?
코인대여 서비스는 투자자가 보유한 원화나 가상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거래소로부터 가상자산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 거래 방식입니다. 주식시장의 신용거래나 공매도와 유사한 구조로, 적은 자본으로 더 큰 규모의 투자를 가능하게 합니다.
빗썸은 2025년 6월 16일 렌딩플러스를 출시했고, 업비트는 7월 4일 코인빌리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가상자산을 대여받아 매도 후 저가에 재매수하여 상환하는 방식으로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두 서비스는 실제로는 매우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 빗썸 vs 업비트 서비스 구조 비교
두 거래소의 코인대여 서비스는 설계 철학부터 달랐습니다.
빗썸은 접근성과 규모를 중시한 공격적 설계를, 업비트는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를 중시한 보수적 설계를 채택했습니다.
빗썸 렌딩플러스는 출시 당시 최대 4배의 레버리지를 제공했습니다.
투자자가 100만원을 담보로 제공하면 최대 400만원 규모의 코인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담보로는 원화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보유 중인 가상자산도 인정되었으며, 대여 가능 금액은 최대 5억원까지였습니다.
대여 가능한 코인 종류도 10종으로 다양했습니다. 특히 코인을 담보로 다른 코인을 빌릴 수도 있어, 현금 없이도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했습니다.
반면 업비트 코인빌리기는 훨씬 보수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담보로는 오직 원화만 인정되었고, 담보금의 20퍼센트에서 80퍼센트 상당의 코인만 빌릴 수 있었습니다.
100만원을 담보로 제공하면 최대 180만원 규모의 거래가 가능한 1.8배 레버리지 구조입니다. 최대 대여 금액은 5천만원으로 빗썸의 10분의 1 수준이었으며, 대여 가능한 코인도 비트코인, 테더, 리플 등 3종에 불과했습니다.
강제청산 기준에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빗썸은 담보 인정자산의 가치가 상환 금액의 107퍼센트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 청산되는 반면, 업비트는 렌딩비율이 92퍼센트에 도달하면 강제 상환되도록 설정되었습니다.
실제 청산 시나리오로 보는 차이
같은 100만원 담보로 비트코인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일 때 매수했다면,
- 빗썸에서는 400만원으로 0.004 비트코인을
- 업비트에서는 180만원으로 0.0018 비트코인을 매수하게 됩니다.
빗썸의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약 8,025만원으로 하락하면 청산됩니다. 겨우 19.75퍼센트 하락했을 뿐인데 청산 조건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이때 자산 가치는 321만원이 되고, 대여금 300만원과 청산 수수료를 제하면 약 18만원 정도만 회수할 수 있습니다.
투자 원금 100만원 중 82만원을 잃게 됩니다.
업비트의 경우는 비트코인 가격이 약 4,833만원까지 하락해야 청산됩니다. 51.67퍼센트나 하락해야 청산 조건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이때도 약 87만원을 회수할 수 있어 손실은 13만원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빗썸은 약 20퍼센트 하락만으로 청산당하는 반면, 업비트는 약 52퍼센트 하락해야 청산됩니다.
빗썸이 2.6배 더 빨리 청산되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빗썸의 청산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더 위험한 것은 코인을 담보로 다른 코인을 빌리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1천만원어치를 담보로 이더리움 400만원어치를 빌렸다면, 이더리움 가격은 그대로인데 비트코인 가격만 20퍼센트 하락해도 청산당할 수 있습니다. 담보 가치 하락과 대여 자산 가격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면 더욱 빠르게 청산됩니다.
💥 280배 차이가 발생한 3가지 핵심 원인
첫 번째 원인은 과도한 레버리지입니다.
빗썸의 4배 레버리지와 업비트의 1.8배 레버리지는 청산까지의 여유 공간에서 2.6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빗썸은 약 20퍼센트만 하락해도 청산되지만, 업비트는 52퍼센트까지 하락해야 청산됩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하루에도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 변동은 흔하게 발생합니다.
2025년 7월 빗썸 이용자의 12.6퍼센트가 강제청산을 당했는데, 이는 높은 레버리지로 인해 일상적인 가격 변동만으로도 쉽게 청산 기준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의 우려로 빗썸은 이후 최대 레버리지를 2배로 낮추었지만, 이미 많은 청산이 발생한 후였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접근성의 차이입니다. 빗썸은 원화뿐 아니라 보유 중인 가상자산도 담보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현금이 없는 투자자도 쉽게 레버리지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투자자가 현금 추가 투입 없이 이더리움을 빌려 투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더 큰 위험을 안고 있었습니다. 담보로 제공한 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빌린 코인의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청산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빗썸의 이용자 수는 3만4,153명으로 업비트의 1,411명보다 24배 많았고, 이용액도 1조1,284억원으로 업비트의 127억원 대비 88배 많았습니다. 낮은 진입장벽이 더 많은 사람들을 레버리지 거래로 끌어들였고, 그만큼 청산 위험에 노출된 투자자도 급증한 것입니다.
세 번째 원인은 서비스 지속 기간의 차이입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8월 18일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두 거래소에 영업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업비트는 이 권고를 수용하여 8월 20일부터 9월 7일까지 약 20일간 신규 대여를 중단했습니다. 반면 빗썸은 서비스 방식을 일부 변경하면서도 영업을 계속했습니다. 9월 말까지 빗썸에서는 47만4,821건의 코인 대여 거래가 이루어진 반면, 업비트는 1만1,667건에 그쳤습니다. 거래 건수 자체가 40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청산 건수도 크게 벌어진 것입니다.
🏢 두 거래소의 경영 전략 차이
청산 비율의 차이는 단순히 서비스 설계의 문제를 넘어 두 거래소의 근본적인 경영 철학 차이를 보여줍니다.
빗썸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2025년 들어 빗썸은 업비트의 2배가 넘는 91개의 신규 코인을 상장했고, 현재 약 410개의 가상자산을 거래 지원하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과의 협력을 통한 쓱데이 이벤트, 에어드랍 행사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용자 유입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적 전략은 리스크 관리 소홀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많은 투자자의 강제청산을 야기했습니다.
업비트는 안정성 중심의 보수적 전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장 코인 수는 약 260개로 빗썸의 3분의 2 수준이며, 신규 상장의 66퍼센트는 이미 빗썸에서 검증된 코인을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신뢰 구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코인대여 서비스에서도 이러한 철학이 반영되어 보수적 설계와 규제 순응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자산 운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2024년 3분기 기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약 1만6,748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1조4천억원 규모입니다.
반면 빗썸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약 105개로 업비트의 16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빗썸은 보유 자산을 마케팅 이벤트와 비용 지출에 사용하는 반면, 업비트는 수수료로 받은 자산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습니다.
⚖️ 규제 대응과 그 결과
두 거래소의 규제 대응 방식 차이도 청산 비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8월 19일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 대여 서비스 신규 영업 중단을 요청하는 행정지도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업비트는 즉시 이에 응했지만, 빗썸은 서비스를 계속했습니다. 이에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는 9월 23일 빗썸에 경고 조치를 내렸고, 빗썸 대표는 금융정보분석원에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2025년 9월 30일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을 때, 빗썸은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과도한 이벤트와 고위험 상품 출시를 경계하며 이용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빗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었습니다.
💭 투자자 보호와 거래소의 책임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번 현황을 지적하며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수수료로 이익을 얻는 반면 이용자들은 강제청산으로 손실을 떠안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2025년 9월 말까지 두 거래소의 코인대여 서비스 이용자는 3만5,564명, 이용액은 1조1,411억원에 달했지만, 그중 2만 명이 넘는 투자자가 강제청산을 당했습니다.
레버리지 거래는 수익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손실도 빠르게 확대됩니다.
특히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더욱 위험합니다. 거래소들이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고위험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행위일 수 있지만, 그에 따른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현행 법규에는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규율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식 등 여타 시장과 달리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현재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가이드라인 마련을 논의 중입니다.
🎯 결론: 빗썸과 업비트의 청산 비율 차이가 주는 교훈
빗썸의 청산 비율이 업비트의 280배에 달하는 현상은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닙니다.
이는 거래소의 경영 철학, 리스크 관리 방식, 규제 준수 태도가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입니다.
빗썸의 4배 레버리지와 코인 담보 허용은 20퍼센트 수준의 작은 하락만으로도 투자자들을 청산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반면 업비트의 1.8배 레버리지와 원화 담보 제한은 50퍼센트 이상 하락해야 청산되는 안전장치를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설계 차이가 280배라는 압도적인 청산 비율 격차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빗썸의 공격적 레버리지 제공과 낮은 진입 장벽은 단기적으로 거래량과 수수료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다수의 투자자 손실과 규제 기관의 불신을 초래했습니다. 업비트의 보수적 접근은 성장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투자자 보호와 장기 신뢰 구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선택할 때 단순히 수수료나 이벤트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해당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규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특히 레버리지 거래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이용할 때는 자신의 리스크 감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레버리지 배율과 청산 기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20퍼센트 하락으로 청산되는 것과 50퍼센트 하락으로 청산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위험 수준입니다.
280배라는 충격적인 차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단기 수익 극대화보다 투자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거래소의 자율적 책임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빗썸과 업비트의 사례는 앞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교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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