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앞다투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싱가폴에 글로벌 법인을 설립했고,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프로젝트를 아부다비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세금 혜택만을 보고 이동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에는 일반 기업들과는 다른 특별한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블록체인 법인이 싱가폴, 홍콩, 아부다비를 선택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블록체인 법인, 왜 해외로 나갈까?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규제 불확실성과 금융 접근성입니다.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겠다고 은행에 법인 통장 개설을 요청하면 거절당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2021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이디어와 기술, 자금을 모두 갖춘 기업조차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법에 근거해 가상자산을 활용하거나 이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기능이 포함된 게임에 대한 국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갖춘 국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싱가폴이 블록체인 허브가 된 이유
싱가폴은 전 세계 블록체인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법인 설립지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낮은 세율 때문만이 아닙니다.
1. 명확하고 선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싱가폴 통화청(MAS)은 2020년 1월 지불서비스법(Payment Services Act)을 시행하며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법은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에 대해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2025년 6월에는 금융서비스시장법(FSMA)이 본격 시행되어 싱가폴에 법인을 둔 사업자가 해외에서 암호화폐 사업을 하더라도 싱가폴의 규제를 받도록 했습니다.
규제가 엄격해 보일 수 있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규제의 불확실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MAS는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규제 프레임을 만들고, 시장 참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합니다.
2. 낮은 법인세율과 세제 혜택
싱가폴의 법인세율은 17%로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신설 법인에 대한 세액 공제 제도입니다.
법인 설립 후 첫 3년간 일정 소득에 대해 세금이 면제되며,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싱가폴로 송금해도 조건을 충족하면 과세되지 않습니다. 또한 양도세와 배당세가 없어 기업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3. 신속한 법인 설립 절차
싱가폴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데는 평균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최소 자본금은 1달러로 설정할 수 있으며, 비거주자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모든 절차를 완료할 수 있어 물리적으로 싱가폴에 가지 않아도 법인 설립이 가능합니다.
4.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
싱가폴은 오랜 기간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자리잡아왔습니다. 글로벌 은행과 투자 기관들이 밀집해 있어 자금 조달과 파트너십 형성에 유리합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습니다.
🇭🇰 홍콩의 웹3 허브 전략
홍콩은 2023년부터 웹3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홍콩 정부는 가상자산을 단순히 규제 대상이 아닌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1. 정부 주도의 웹3 진흥 정책
홍콩투자청은 블록체인 행사에 직접 부스를 마련하여 웹3 기업 법인 설립을 지원합니다.
2023년 6월부터 홍콩은 중앙화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이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 조례에 따라 인가를 취득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 홍콩에서는 7개의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이 운영 허가를 받았으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아발란체, 체인링크 등의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합니다.
2. 소매 거래 허용으로 시장 확대
2023년 8월부터 홍콩은 소매 암호화폐 거래를 합법화하여 디지털 자산에 대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기관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도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3. 글로벌 행사 유치
홍콩은 2024년 4월 컨센서스 홍콩을 개최하여 전 세계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는 홍콩이 단순히 법적 허브가 아니라 실질적인 블록체인 생태계의 중심지가 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 아부다비, 새로운 블록체인 허브로 부상

최근 주목받는 또 다른 지역이 바로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와 두바이 입니다.
중동 국가들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면서 블록체인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1. 프리존 제도와 100% 외국인 소유권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30개 이상의 프리존을 보유하고 있으며, 프리존 법인은 외국인이 100% 소유권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과세표준 375,000 AED(약 1억 4천만원) 이하는 0% 법인세율이 적용됩니다.
2. 외환 송금 자유
두바이는 외환 송금에 대한 규제가 없어 기업의 수익을 자유롭게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3. 중동 시장 진출 교두보
중동과 아프리카는 젊은 인구가 많고 디지털 기술 수용도가 높아 블록체인 서비스의 성장 잠재력이 큽니다.
아부다비에 법인을 설립하면 이 거대한 시장에 접근하기 용이합니다.
💼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의 해외 진출 사례
1. 두나무 - 업비트의 글로벌 확장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싱가폴에 글로벌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업비트 싱가폴은 2024년 싱가폴 통화청(MAS)으로부터 주요 결제 기관 라이선스를 승인받아 기관 투자자들에게 규제된 디지털 결제 토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나무는 2024~2025년 APEC 무대에서 한국 블록체인을 대표하는 등 글로벌 확장에 적극적입니다. UDC(Upbit Developer Conference) 같은 컨퍼런스를 운영하며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선택 이유
- 싱가폴 MAS의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
-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
- 기관 투자자 접근성 확보
2. 넥슨 -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넥슨은 블록체인 자회사 넥스페이스(Nexpace)를 아부다비에 설립하여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1분기에는 약 1억 달러(약 1,4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공식홈페이지)
2025년 5월 15일 정식 출시된 메이플스토리 N은 블록체인 기반의 MMORPG로, NXPC 토큰을 발행하여 시가총액 약 4,5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게임산업법상 서비스가 불가능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선택 이유
- UAE의 블록체인 우호적 정책
- 프리존 100% 외국인 소유권
- 중동 시장 진출 교두보
- 한국 규제 회피
3. 기타 사례들
라인의 링크체인도 싱가폴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 다수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싱가폴과 홍콩에 법인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약 200여 개의 한국 블록체인 기업이 싱가폴에 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국가별 비교표
구분 싱가폴 홍콩 아부다비/두바이 한국
| 규제 명확성 | 매우 높음 (MAS) | 높음 (SFC) | 높음 (ADGM, DIFC) | 낮음 (불확실) |
| 법인세율 | 17% | 16.5% | 0~9% | 10~25% |
| 법인 설립 시간 | 2시간 | 1~2일 | 1~2주 | 1~2주 |
| 블록체인 게임 | 가능 | 가능 | 가능 | 사실상 불가 |
| 은행 계좌 | 용이 | 용이 | 용이 | 매우 어려움 |
| 외환 송금 | 자유 | 자유 | 자유 | 신고 필요 |
⚠️ 해외 법인 설립 시 주의사항
1. 국내 규제 준수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국내 규제를 따라야 합니다.
해외직접투자 신고, 해외 증권취득신고 등의 절차를 완료해야 하며, 수익금을 국내로 반입할 때도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른 신고절차가 적용됩니다.
2. 실제 계좌 개설의 어려움
법인을 설립했다고 해서 은행 계좌 개설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싱가폴의 경우, 블록체인 관련 법인의 계좌 개설을 거부하는 은행들도 있습니다.
실제 사업장과 직원을 두고 있어야 계좌 개설이 수월합니다.
3. 실제 운영 구조 필요
페이퍼 컴퍼니가 아닌 실제로 운영되는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현지에 사무실을 두고, 직원을 고용하며, 실질적인 사업 활동을 해야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4. 라이선스 취득 비용
싱가폴 MAS의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데는 수억원의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법률 자문,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자본금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므로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 결론: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법인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절세 목적이 아닌, 사업의 생존과 직결된 전략적 선택입니다.
싱가폴과 홍콩은 명확한 규제와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며, 아부다비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열어줍니다. 각 국가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사업의 성격과 목표 시장에 따라 최적의 법인 소재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싱가폴은 금융 서비스와 거래소에 유리하고, 아부다비는 게임과 NFT 프로젝트에 적합하며, 홍콩은 중화권 시장 진출에 강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도 규제의 명확성을 높이고, 혁신적인 블록체인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야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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