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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Crypto & Tech

Proof of Human 이후: 블록체인 신원 인증의 미래

 

Proof of Human
ID Passport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 중 하나는 Proof of Human입니다. 월드코인(Worldcoin)의 등장은 이 개념을 대중에게 알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홍채 인식을 통해 “이 계정의 주인은 실제 인간이다”라는 사실을 보장한다는 발상은 신선하면서도, 동시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Proof of Human은 단순한 기술적 시도를 넘어, 디지털 사회에서 신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Proof of Human의 개념과 필요성, 월드코인의 접근과 그에 대한 비판, 그리고 다른 대안 프로젝트들까지 살펴보겠습니다.

 


 

1. Proof of Human의 의미

 

Proof of Human은 말 그대로 “내가 진짜 사람임을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인터넷 세상에는 수많은 가짜 계정과 자동화된 봇이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챗봇과 딥페이크 영상까지 등장해, 온라인에서 누가 사람이고 누가 프로그램인지 구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Proof of Human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짜 계정을 줄이고, 한 사람이 여러 번 중복해서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투표, 디지털 금융 거래, 예측시장 같은 분야에서는 참여자가 모두 실제 인간이라는 점이 보장되어야 신뢰할 수 있습니다. Proof of Human은 바로 이 부분을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2. 월드코인과 홍채 인증

Proof of Human을 가장 널리 알린 프로젝트는 단연 월드코인입니다. 월드코인은 Orb라는 기기를 통해 사람의 홍채를 스캔합니다. 눈의 무늬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고유하므로 중복될 수 없습니다. Orb는 홍채 이미지를 직접 저장하지 않고, 이를 암호화된 형태의 코드(IrisCode)로 변환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는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한 증명 자료가 됩니다.

 

월드코인은 이 과정을 통해 Proof of Human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며, 홍채 등록을 완료한 사용자에게는 월드코인 토큰(WLD)을 에어드롭 형태로 지급합니다. 한국에서도 서울과 창원 등 일부 매장에서 Orb가 설치되어 있어 직접 참여할 수 있습니다.

Orb Location

현재 대한민국엔 71개 매장에 Orb가 설치되어있습니다.

 


 

3. 신분증 요구에 대한 비판

 

그러나 월드코인은 홍채 인증 과정에서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같은 추가 신분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는 동일 인물이 여러 번 Orb 인증을 시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곧바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Proof of Human의 가치는 중앙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주권적 신원(Self-Sovereign Identity)을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발급한 여권이나 주민등록증을 요구한다면, 결국 기존 제도에 다시 의존하는 셈입니다. 이는 블록체인 신원 인증의 철학과는 어긋납니다. 또한 각국의 신분증 발급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방식은 금융 소외 계층이나 제도권 밖에 있는 사람들을 배제할 위험도 있습니다. Proof of Human이 오히려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4. Proof of Human과 DID의 차이

 

여기서 흔히 비교되는 개념이 DID(Decentralized Identifier, 분산 신원)입니다.

두 개념은 비슷해 보이지만 목적이 다릅니다. Proof of Human은 “이 계정이 실제 인간임을 증명”하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DID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Proof of Human은 투표에서 “이 계정이 사람이 맞다”를 보장해 중복 참여를 막습니다. DID는 “이 사람이 실제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다”라는 점까지 확인합니다. 두 가지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Proof of Human이 기본 인증이 되고, 그 위에 DID가 더해지는 구조가 많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5. 기술을 쉽게 이해하는 비유

 

Proof of Human은 마치 식당 입구에서 경비원이 “사람인지 기계인지”만 가려내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DID는 그 다음 단계에서 학생증이나 사원증을 꺼내며 “나는 누구이고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다”를 설명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ZKP) 기술이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이는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하면서도 신뢰를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성인임을 증명할 수 있지만, 정확히 몇 살인지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식입니다.

 


 

6. 월드코인 외 다른 Proof of Human 프로젝트

 

월드코인이 Proof of Human을 대중적으로 알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개념은 월드코인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다른 프로젝트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 인증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Proof of Humanity(POH)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더리움 기반으로 운영되며, 사용자가 본인 영상을 업로드하면 커뮤니티 구성원이 이를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즉, 중앙화된 장치 없이 커뮤니티 검증으로 신뢰를 확보합니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BrightID입니다. BrightID는 소셜 네트워크 그래프를 이용해 “이 계정이 실제 사람인지”를 판별합니다. 기존의 친구 관계와 연결망을 활용해, 위조 계정이 스스로 신뢰할 만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은 개인정보를 최소한으로 요구하면서도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7. 실제 활용과 과제

 

Proof of Human과 DID는 금융기관 본인 인증, 온라인 교육 자격 검증, 게임 플랫폼 계정 관리, 블록체인 예측시장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도 많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 국제적 표준 부재, 기술적 난이도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월드코인의 경우, 여권 제출 문제와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강하게 제기됩니다. Proof of Humanity나 BrightID처럼 커뮤니티 기반 검증 모델은 이런 우려를 줄일 수 있지만, 대규모 확산성과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7. 결론

 

Proof of Human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서 신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개념입니다. 월드코인은 이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했지만, 여권 제출 요구나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과연 이것이 진정한 자기 주권적 신원 인증인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Proof of Humanity나 BrightID 같은 프로젝트는 더 가볍고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같은 문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Proof of Human은 DID와 결합해 온라인 투표, 글로벌 결제, 의료 데이터 관리 등 더 넓은 영역에서 실험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프라이버시와 편의성, 제도적 인정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Proof of Human의 미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흐름이 블록체인 신원 인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