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프로젝트들이 연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차세대 혁신이라고 부르지만, 개발자의 눈으로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듭니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하는데, 블록체인은 설계상 처리 속도와 저장 용량에 제약이 있습니다. 두 기술이 만났을 때 과연 얼마나 현실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요?
SingularityNET, Fetch.ai, Ocean Protocol, Numerai 같은 대표적인 AI 코인 프로젝트들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살펴보면, 아직은 완전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왜 AI 코인들이 아직 미완성일 수밖에 없는지를 데이터와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SingularityNET: 분산 AI 마켓플레이스의 확장성
SingularityNET(AGIX) 은 탈중앙화된 AI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누구나 AI 서비스를 사고팔 수 있는 생태계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확장성 문제가 두드러집니다. 서비스 호출과 데이터 요청이 모두 온체인으로 이루어지면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지고,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트랜잭션이 폭증해 사용성이 떨어집니다. 결국 일부 연산을 오프체인에서 처리하고 결과만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절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확장성 문제는 프로젝트 내부에서도 꾸준히 인식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14일자 SingularityNET 공식 미디엄 글(Medium)에서도 MeTTa AGI 언어 확장을 다루며 “성능 개선과 유연성 확보가 여전히 주요 과제”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즉, 확장성은 현재진행형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Fetch.ai: 자율 에이전트 네트워크의 현실
Fetch.ai(FET, 현재 ASI 통합 후) 는 블록체인 위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들이 데이터를 교환하고 협력하는 생태계를 제시합니다. 스마트시티에서 주차 공간을 찾는 자동차, 물류 경로를 계산하는 드론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서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면 분명 매력적인 그림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에이전트들이 활발히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네트워크 효과 부족입니다. 에이전트 수가 충분히 많아야 상호작용이 의미를 갖는데, 초기에는 참여자가 적어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둘째, 복잡한 진입 장벽도 문제입니다. 개발자가 에이전트를 구축하려면 프로토콜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고, 실제 활용할 산업 데이터와 연결하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용과 속도 문제가 발목을 잡습니다.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을 온체인에 기록하는 과정에서 수수료와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확장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etch.ai는 점차 하이브리드 구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핵심 연산은 오프체인에서 처리하고, 거래의 결과만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속도와 비용 문제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또한 다른 블록체인과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을 강화해 더 많은 생태계와 연결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탈중앙화 거래소, 물류 플랫폼, IoT 네트워크와 협업한다면 에이전트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즉, Fetch.ai의 비전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참여자 확보, 개발 난이도 완화, 비용 절감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풀어야만 본격적인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Ocean Protocol: 데이터 마켓의 신뢰성 문제
Ocean Protocol(OCEAN) 은 데이터를 자산화해 사고팔 수 있는 구조를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데이터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잘못된 데이터셋이 올라오더라도 이를 즉시 걸러낼 수 있는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Ocean Protocol에는 잘못된 데이터를 업로드한 사용자에게 곧바로 패널티를 부과하는 제재 장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토큰 가격과 거래량 같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품질이 낮은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데이터의 신뢰성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 때문에 Ocean Protocol은 아직 실제 기업 환경에서 본격적으로 채택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여기에 더해 저작권이나 개인정보가 얽힌 데이터가 거래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한계는 외부 평가에서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2024년 11월 21일자 Altcoinist 리뷰(Altcoinist)에서는 Ocean Protocol이 데이터 제공자를 지갑 주소로만 식별하기 때문에, 고품질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중요한 리스크로 꼽았습니다.
Numerai: 금융 모델과 토큰 경제의 위험
Numerai(NMR) 는 데이터 과학자들이 금융 예측 모델을 제출하고 성과에 따라 토큰 보상을 받는 구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규제 리스크와 집중 보유 문제가 꾸준히 제기됩니다. 특히 금융 모델과 토큰 보상이 연결된 구조는 각국 규제 당국이 증권성 여부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둡니다.
2025년 2월 9일자 Ainvest 보도(Ainvest)에서는 Numerai의 TVL 수치가 실제 참여 구조와 다르게 집계되었다는 논란을 다루며, 스테이킹 투명성과 데이터 과학자 커뮤니티 신뢰성이 개선 과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격 변동성을 넘어, 프로젝트의 운영 방식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아직은 미완성의 길 위에
AI 코인들은 분명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블록체인이 이를 투명하게 관리한다면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용화된 프로젝트들은 데이터 저장 문제, 네트워크 확장성, 법적 리스크, 집중 보유 구조 등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AI 코인에 투자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라면, 비전과 현실의 간극을 냉정하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기술이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블록체인과 AI의 결합은 장기적으로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기대와 한계가 공존하는 미완성 단계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블록체인 > Crypto & Te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와 블록체인의 만남: AI 메타 코인의 현재와 미래 (1) | 2025.09.18 |
|---|---|
| Proof of Human 이후: 블록체인 신원 인증의 미래 (3) | 2025.09.17 |
| 블록체인 오라클: 현실 세계와 온체인의 연결 고리 - 3 (0) | 2025.09.04 |
| 블록체인 오라클: 현실 세계와 온체인의 연결 고리 -2 (1) | 2025.09.02 |
| 블록체인 오라클: 현실 세계와 온체인의 연결 고리 - 1 (1) | 2025.09.02 |
| ERC와 EIP의 차이: 이더리움 표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 | 2025.08.25 |
| 레이어2, 이더리움의 경쟁자인가 조력자인가? (0) | 2025.08.25 |
| 레이어1 vs 레이어2: 왜 2층 건물이 필요했을까? (6) | 2025.08.25 |